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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읍 도암리 선사유적 추정, ‘매장문화재법’ 적용되나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4.03.22 11:14
  • 수정 2024.03.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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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읍 도암리 선사시대 유적 추정' 지난주 보도 내용을 보고 완도군 문화예술과 문화유산팀은 지난 18일 고인돌 전문가와 현장답사를 시행했다. 중도저수지 상부를 면밀히 살핀 전문연구원은 "도암마을은 선사시대 고인돌 세력이 형성될만한 지형적인 요소가 충분하다"며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 상부 숲속에도 고인돌을 만들기 위해 채석장으로 활용한 바위군락이 분포된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가 이뤄지고 선사유적이 확실시 된다면 우리나라 고인돌 분포지역 중 도서지역의 대단위 채석장 등록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을 도로 건너 중도리 야산에도 고인돌로 추정되는 바위군락이 분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문제는 도암마을 완도 변환소 건설현장 마무리 단계로 마을도로 확포장 공사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저수지 상부의 하천공사는 이미 완료된 상태이고, 변환소 진입로 공사가 현재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하천 공사 진행 중에는 다량의 유적이 손실되었을 가능성도 보인다. 


하지만 유적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공사를 중단하라는 법률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경제교통과내 관련부서에서는 "한전공사라서 주무부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무색한 답변만 내 놓았다. 하천관리팀 역시 "이미 하천공사를 완료해버린 상황"이라며,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문화재보호법이 강화된 우리나라 현 상황에서 지난 2022년 김해시 구산동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 정비사업을 하다가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비난이 일면서 큰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1971년 무령왕릉 발굴 당시와 같은 대참사가 반복된 것과 동시에 장릉 검단신도시아파트 불법건축 논란처럼 문화재 관련 인식이 부족한 공무원들의 무지함을 그대로 드러낸 고고학적 참사라며 역사학계는 발끈했다.


해당 부지는 대규모 주택단지를 끼고 있었다. 부산김해경전철이 지나가는 역세권으로 법적문제를 충분히 방어하고도 남을 막대한 개발수익이 보장된 곳으로 지역 공무원들의 문화인식 수준과는 전혀 무관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것은 돈도 안 되는 고인돌의 문화적 가치를 의도적으로 훼손해서라도 돈이 되는 개발지로 빨리 활용하고자 이해관계가 얽혀 고의로 일을 벌였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김해 구산동 고인돌은 지난 2007년 택지개발사업 도중 우연히 발견됐다. 상석 무게가 무려 350톤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 탓에 발굴기술의 한계와 예산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다시 매장했다가 14년 후인 지난 2021년에 이르러 정밀발굴조사가 시작됐다. 

 

지난 2012년에는 시·도 기념물인 경상남도 기념물 제280호 ‘김해 구산동 지석묘’로 지정됐고, 국가사적 지정 신청도 함께 이뤄졌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감독 없이 김해시가 단독으로 고인돌 부근의 작은 돌인 박석들을 세척한 후 강화 처리하는 등 원형을 훼손하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바람에 문화재적 가치가 상실되고 말았다. 현지 조사를 나온 문화재청 위원들이 이를 발견하고 문화재청에 신고하면서 훼손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해시는 곧바로 고인돌의 국가사적 지정 신청을 철회했는데, 이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최초로 사적 신청을 자진 철회한 굴욕적인 사례로 남았다. 지역 언론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토목직 출신 전임 시장이 토목직 공무원에게 사업을 맡겨 벌어진 참사였다고.

 

중도마을 입구에 있는 자연석 바위. 주변 숲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널려있다.
중도마을 입구에 있는 자연석 바위. 주변 숲에는 크고 작은 바위가 널려있다.

그들은 박석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들어냈다고 주장했으나, 이전부터 굴삭기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조사기관이 사건을 의심했던 것처럼 고의로 했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냥 실수였다면 굴삭기를 동원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결국 시장이 교체되고 김해시청에서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지난 2023년 2월에는 고인돌 유적의 훼손 정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담당공무원 6명은 징계를 받았다. 그 지역 유력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그해 7월, 해당 공무원들이 검찰로 넘겨졌는데, 예산 불용을 막기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기막힌 변명만 늘어놨다고. 조사과정에서 현직은 물론 전직 시장은 무혐의 처리됐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 

 

완도군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할 조짐이 보인다. 매장문화재법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산동 지석묘 묘역과 같은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내에서 문화재 원형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재 현상 변경을 하려면 별도의 문화재 보호대책 수립과 이행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도암마을과 같은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비지정 문화재로 추정되는 유적 역시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만 한다.

 

완도군 문화예술과 문화유산팀은 지난 18일 고인돌 전문가와 현장답사를 시행했다.
완도군 문화예술과 문화유산팀은 지난 18일 고인돌 전문가와 현장답사를 시행했다.
도암마을 한전변환소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도로 확포장이 진행중이다.
도암마을 한전변환소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도로 확포장이 진행중이다.

 

선사시대 유적조사와 관련해서는 전남의 11여 개의 지자체가 지금 마한문화권 형성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국가사업이 시행된 지 오래됐지만, 완도군만 마한문화에 관심도가 부족했다. 마한의 역사를 상징하는 고분 발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재연구원들의 지표조사 결과 고분이 거의 훼손됐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완도군에서는 모두 3기의 고분이 조사됐지만, 더 이상 세밀한 유적조사가 없었기에 중요유산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완도의 섬들은 고대인류가 생활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형적 특색을 갖고 있다는 것도 선사유적을 조사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외부에서는 전남도에서 완도군만 마한유적과 선사시대 유적조사에 관심도가 매우 떨어진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전남은 지금 청동기시대를 거쳐 철기시대에 이르는 마한문화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준비 중이다.


완도의 모든 도서지역에는 구석기시대 인류부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까지 선사시대의 모든 역사를 가지고 있는 조건임에도 이렇게 무관심한 행정은 있을 수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학계에서는 항구와 포구의 역사가 병행돼야 마한문화의 완벽한 연구가 이뤄진다며 강한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완도는 더 세밀한 연구와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섬이 갖는 특성을 활용한 완도만의 고대해양사를 따로 정립해야 한다. 보다 전문적이고 권위 있는 연구기관의 조사와 발굴을 통해 독창적인 해양문화 선점을 위한 사활을 걸어야만 완도군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상태라면 완도군은 모든 면에서 낙후되고 보잘 것 없는 변방의 역사로 길이 남게 된다. 그러면 완도군민의 자긍심인 장보고의 기상도 무용의 것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근본 없는 역사는 없다. 완도바다의 막강한 해양세력의 영향으로 장보고와 같은 위대한 인물이 탄생했을 것 아닌가.


완도는 문화유산의 보고다. 도서지역에서 이만큼의 문화유산이 존재한 것도 드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유산과 관련한 유적조사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거나, 뒤늦게 이뤄진 것이 완도군 행정의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은 자명하다. 해양문화를 선도해야할 완도군이 미래세대의 자산을 함부로 훼손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책이다.


남도의 관광정책은 찬란한 문화유산이 뒷바침 해주며 지역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다. 이것은 문화관광의 뿌리이고 핵심이다. 지금 우리지역은 시설위주의 관광사업을 펼치기 이전에 지역사회를 길이 빛낼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할 때다. 지역문화재 관련한 완도군 모든 행정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문화유산 관련부서의 충분한 예산지원과 권한강화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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