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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만에 빗장 풀린 완도군의회 행정사무감사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11.2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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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활동의 꽃이라고 불리면서도 지난 33년동안 금단의 영역으로 굳게 닫혀 있던 완도군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마침내 베일의 문을 열었다. 전남 모 의회가 이달 말까지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한다면서 처음으로 시민제보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7일 동안 이틀은 회의식, 나머지 5일은 담당 공무원들을 불러 대면 방식으로 벌이는 '서류식' 감사를 펼친다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는 알권리 충족이라는 헌법의 언론적 자유에 대한  인식의 한계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공개된다는 것. 김양훈 의원의 말처럼 공개하는 행정사무감사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 비공개에선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공개적인 상황에선 속내를 들을 수 없다는 것.  그럴지라도 공개가 더 가치롭다. 


최정환 의회사무과장은 행정사무감사 관련 주민 제보 및 제안사항으로 1. 오션타워 인근 절개지 위험 2. 대형폐기물  신고접수 온라인방식 도입 제안 3. 문화예술의전당 폐의자 방치 4. 해양치유시설 매입 부지  관리 소홀 5. 야외운동기구 관리 소홀 6. 완도군이숍 명절 꾸러미 제작 7. 신지, 고금관광안내소 방치 8. 국화전시회 해변공원 개최 등의 주민제보가 있었고 의원들에게는 별도로 제보가 들어갔다고 했다.


왜, 열려야 하는 가는 한글을 보면 쉽다. 한글은 사회지도층과 사대부만이 공유하던 문자를 일반 백성들 또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해 열린사회에 있어 최고의 가치를 실현했다.  


바꿔말하면, 정보를 행정과 의회만이 공유해선 안된다는 뜻으로 행정과 의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공적 영역의 일로 일반 주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공개는 열린사회를 가장 잘 대변하는 일이고 대낮 같은 열린사회에선 개인의 다양성과 세상의 다양성을 포옹한다. 개인의 구속보다 개인의 융통성과 창조성을 존중한다. 그러므로 동적인 사회가 되고 창조성이 발휘된다. 사람과 사람들 간 서로를 배려하고 이웃과 이웃이 남이 아니다. 나와 타인이 서로 더불어서 어울려 좋은 공동체도 된다. 그래서 인간적인 사회다.


반면, 닫힌사회는 세상에 대한 포옹이 빈약하다. 집단의 개인적 결속이 강하기에 폐쇄적이면서 정적이다. 닫힌사회에서의 경쟁은 우월주의를 낳고 의전과 서열을 중시해 서로 간의 간극이 있는 관계가 된다. 
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했던 직원간 불협화음, 보조금 부정수급, 공무원 노조 홈피에 올라온 글들은 완도군청이 열린사회라기 보단 닫힌사회임을 방증하고 있다.


지난 23일 시작된 완도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 그동안 오픈됐던 군정질문답변과 달리 행정사무감사는 일련의 의정활동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들을 감사의 성격을 가지며 법적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도가 높았다. 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처음 공개되는 행정사무감사라서 의원들이 부서장들보다 더 긴장감이 높다고 했다.


각 실과에게 묻는 것이기에 부군수와 집행부 각 실과장들은 위증하면 처벌을 받겠다는 선서로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시작한 기획예산실장의 경우, 미리 봐달라는 청탁에서인지 아니면 감사 전 예의를 구하는 것인지, 의원실을 방문한 모습도 눈에 띄였다. 


지민 의원도 미리 질의할 내용을 책자에 꼼꼼하게 기록했고, 늘 날카로운 질의 선보였던 최정욱 의원을 둘러싼 부서장들의 모습도.
조인호 의원의 질의도 날카로웠다. 군수가 귀를 닫고 있어 민생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른다. 어민들은 고수온과 폐사가 이어지는데 군수가 바다를 한 번도 안나왔다는 등 참모들이 직언을 하느냐?는 말까지, 평소 군정질문답변 때는 보이지 않던 질의가 이어졌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열림과 닫힘의 구조 속에서 되어가거나, 정지하거나, 순환 반복하며 나아간다. 의회의 열린 행정사무감사는 아직까진 미약하지만 이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건 분명 열린사회로 가고 있다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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