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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슬픔과 한 몸으로 살아와 꽃을 피웠습니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6.11 09:57
  • 수정 2021.06.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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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나온 길에서 참다운 길동무가 필요했다. 어린 날 돌뿌리에 자주 엎어지는 일이 많았다.
그땐 얼마나 요놈이 얄미웠던지 내가 잘못한 지도 모르면서 그러나 이런 것들이 모여 나의 길이 되었다는 사실. 좋은 것 나쁜 것 모두 모여 나의 길이 되었다는 것. 친구여 이제 나쁜 것이 더욱 빛날 때가 있더라.


아직 미완성 존재라 그런가. 오직 살펴 가라는 신호인가. 오늘도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 오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한줄기 빛이라 여기라. 마음의 불을 켜고 살아가라고. 석류꽃 붉다 못해 석류알 더 붉게 터진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 전부가 아닌 듯 비밀을 털어놓기는 이르다.
네가 얼마나 그리우면 석류알 투명하게 터질까. 이땐 비밀은 없어 너에게 줄 것은 다 주었기에 눈물도 없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쁨은 나의 조금이지만 슬픔은 배가 되어 삶을 투명하게 만들었어. 그 옛날에 열정적으로 살아왔지만 지금 아니야. 그 옛날에 그 자체가 꽃이었어.
그러나 지금은 꽃핀 자리도 없어. 사랑은 저만큼 흘러가지. 아니 나보다 먼저 떠나갔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별이 두렵지 않아. 붉게 터졌다. 나의 속마음을 털어놨으니 그것이 오히려 이별이 투명한 눈물인지도. 석류나무는 멀리 이란, 아프가니스탄이 원산이며 열매는 식용이고 한방으로는 석류피라고 하여 수피도, 근피라고 부른다.


목이 아플 때, 편도선 그리고 입 악취에는 열매 한 개를 다려서 즙으로 양치질하면 좋단다. 요즘에는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6월의 장미와 석류꽃이 볼만하다. 6월에 만났다가 가을이면 어느덧 이별의 시간. 꽃과 열매는 그리 멀지 않는 시간.
우리는 꽃을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 했는가. 또한 우리가 가진 것을 다 내려나야 보이는 꽃들이 있다. 정녕 사랑한 것을 보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꽃이 진 공허함을 견뎌내야 비로소 석류알이 빼곡히 찬 열매가 되는 걸.


꽃이 진 후 허전함을 느껴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아는 것. 지금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쁨과 슬픔이 한 몸으로 살아왔다는 것. 오히려 슬픈 상처가 나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게 하였다는 것.
이것이 계절마다 꽃을 보게 한다. 또한 꽃이 지는 자리에서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참으로 인생은 오묘하다. 꽃이 피고 지는 사이 즐겁게 노래 부르고 글을 쓴다.


그리고 남은 인생이 있다면 꽃 지는 그 자리에서도 초록 꽃을 보고 시와 노래를 읊지. 석류꽃 지더라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으리라. 곧 나의 진실이 영글어질 것이고 붉게 물든 투명한 씨앗들이 나를 가장 깨끗한 사랑으로 알알이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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