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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주어진 삶에서 무엇을 만나고 있는가

동행취재/완도군행복복지재단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1.06.04 13:28
  • 수정 2021.06.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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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삶에서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 당신은 당신에게 이 질문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한 가장 좋은 답변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고 지금 이 순간, 실천할 일이다.


지난 5월 초, 가정의 달을 맞아 금일동초등학교 4학년 김보훈 어린이가 할머니에게 쓴 감사편지가 소개됐다. 다문화가정인 보훈 어린이의 엄마는 타지역에서 일하고, 아빠는 바닷일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 할머니의 손에 자라 한글과 숫자까지 서툴고, 받침도 빠진 채 연도 표기도 잘못 적었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사랑하고 사랑하는 할머니만 내 옆에 있다면 항상 행복한 꿈나라에 잠이 든다는 보훈 군의 손편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던 5월의 마지막 날.

 


완도군행복복지재단은 보훈 군을 위해 금일동초를 찾았다. 새침한 이희정 팀장이 운전대를 잡고 약산 당목항으로 향하는 도중, 복지재단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냐고 묻자, 희정 팀장은 "연세가 80이 조금 넘은 읍 대야리 어르신이 계시는데, 정말 어렵게 사셔요"
"그런데 3년간 한 해 백만원 씩 총 3백만원을 행복복지재단에 기부했다"고. "어르신도 어려우신데, 왜 그렇게기부를 하시나요 했더니, 어르신은 그냥 내 마음이 내켜서 하는 일이다"고 말했단다.


시간이 지나 재단을 찾은 어르신의 말 "내가 어려우니 못해 더 이상 못하게 돼 정말로 미안하다"고.
그 말을 강윤욱 팀장이 받아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할머니도 계셔요!”
할머니 어르신은 종종 복지재단에 들려 하얀 봉투를 내밀 때 엄마 생각이 나는데, 할머니의 옷가지에서 나는 생선 냄새는 고향 보길도의 바다 내음처럼 마음을 안정시켜 준단다. "눈물이 나는 이유가 왜 인지 모르겠어요”


약산 당목항에 이르러 서을윤 이사장과 조우.
뱃시간을 기다리면서 "강윤욱 이희정 두 팀장 중 누가 더 이쁘냐"했더니, 서 이사장은 "이 물음은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는 물음이다”며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 하나를 꺼낸다. “광주에서 완도로 내려오다가 연예인 서정화 씨를 만났는데, 당시 그녀는 서정화가 이쁘냐? 김세화가 이삐냐? 물었는데 지금 같으면 묻는 당사자를 지목할텐데, 김세화 씨가 더 좋다고해서 빨갛게 달아 오른 서정화 씨의 얼굴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고 했다.


그러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인연이란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좋은 인연들이다”고. “두 사람 모두 이삔데, 한 사람은 별빛 같고 한 사람은 달빛같다”고.
서 이사장은 과거 공직시절 16년 전 금일읍장을 지냈다고 했다.
그때 공무원들에게 강조했던 건 주민을 위한 행정.


요즘 면사무소에 가면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민원인이 오는 건 본둥만둥한다면서 면사무소나 농협은 주민을 위해 공의를 실천하는 공공기관으로써 그 공의의 가장 정점에는 주민에 대한 사랑이 있다고 말했다.
마침 생일면 어르신들이 백신을 맞으러 나오는 길, 그들을 안내하고 있던 생일면사무소의 황소연 팀장과 인사를 주고 받는다. 서 이사장은 "황 팀장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위민행정이 무엇인지를 아는 공무원으로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 황 팀장을 참 많이 신뢰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행정이 바로 위민행정이라고 할 수 있단다.


재단 사람들을 마중 나온 이는 금일읍사무소의 전준성 주무관. 금일 출신으로 금일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했다. 전 주무관에게 임규정 읍장은 잘하고 있느냐고 묻자, 전 주무관은 임 읍장의 경우엔 오후 3시 이후면 각 마을을 혼자 찾으면서 주민들을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또 금일 지역 지금 다시마철이라서 너무 바쁜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어 지금 애를 먹고 있다고.
이들의 임금은 월 300~350만원, 일당은 15~17만원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인력난이 더욱 심해졌단다.


점심식사 후, 드디어 금일 동초교 방문.
학생들의 수업 중이라 조심조심, 5교시가 끝나고 잠시 짬을 내 보훈 군에게 선물을 전달하기로 했는데 사진 촬영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쯤, 재단 팀장들은 상황을 보고 판단하잖다. 초교 4학년이면 사춘기가 접어들 나이라서, 사진 찍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또 선물을 학교에서 주게 되면 집까지 가져갈 일이 걱정이니 직접 집까지 다녀오자고 했다.
모습을 보이는 보훈 군. 낯선 이들이 전혀 부담스럽지않는 듯 쑥스러운 기색도 하나 없다.
얼마나 밝고 경쾌한지, 바람하고 경주하듯 내달리는데 사춘기는 전혀 없는듯하다.


왜 할머니한테 편지를 쓰게 됐냐고 물었더니, 보훈 군은 “할머니가 우리를 너무 잘 챙겨줬기 때문이다”고
앞으로의 꿈을 물으니 매번 바뀐단다. 현재는 프로게이머. 집에 오면 숙제부터 해놓고 게임을 하는데,. 동생이 금일동초교 1학년이란다. 보훈 군이 사는 곳은 금일에서도 다리 하나를 더 건너야하는 소량도. 소랑도  다리를 건너 갈 때, 문득 서을윤 이사장은 “소량도가 건립될 때, 금일읍장을 지냈는데 이 다리가 완공되기까진 조영택 장관의 노력이 많았다”고 했다.


소량도 보훈 군의 집에 도착하니, 할머니를 볼 수 있었는데 낯선 이들의 방문을 주시하다가 서을윤 이사장이 “완도군행복복지재단에서 나왔습니다. 보훈이가 할머니에게 쓴 효행스러운 편지가 너무 감동적이라서 학용품 좀 전달하려고 왔습니다”
 그 말에 할머니는 어쩔 줄 모른다.
“너무나 착한 아이다.” 그리고 보훈 군의 동생인 8살인 보령 양의 사진을 보여준다. 핸드폰 메인 사진으로 보령 양을 가리키며 " 8살 먹은 아기가 보통이 아니다"
"그 흔한 반말조차 안한다"고.
보훈 군의 편지를 받고 기분이 어떻드냐고 묻자, 할머니의 오른쪽 눈에서 자꾸 눈물이 흐른다.
그러며 이어지는 말 "미안하고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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