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가장 힘들 때, 우홍창 팀장의 전화가 왔는데”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1.04.23 12:49
  • 수정 2021.04.23 12:5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늪 속에 갇힌 밤이 찾아올 것이다.
그런 밤, 위태로운 가슴을 저격하여 쏘아 대던 상처에 대하여 반박할 수 있는 문장을 찾는 일이란. 더 이상 써 내려가야할 문장이 없다는 것. 무엇으로 반박할 수 없는 가장 아픈 문장 하나를 애처로운 무릎 사이에 쳐박고서 무너져 내리는 삶.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무는 것 또한 나의 일이기에.  다시 밤이 찾아왔을 때 문득 삶의 페이지가 펼쳐지면서 감지되는 미미한 도움들, 그리고 올려다 본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 속에선 내가 하는 일이란 그래서 무의미하지 않는 일. 결코 무의미하지 않는 일.
서글서글한 눈매는 타고난 성품인듯 했고, 푸른 바닷길이 열리는듯한 경쾌한 음성은 극한의 한계를 다녀온 듯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데 고향은 신지라고 했고 광주에서 일식 조리사였으며 어린 나이에 주방장과 호텔에선 부장급으로 일도 했다고. 아버지는 완도읍에서 횟집을 30년동안 운영해왔는데, 보증 때문에 3번의 부도를 맞게됐다. 자신의 이름으로도 4억원의 빚을 떠안게 되자, 아버지를 도우려 다시 완도로 내려왔다고 했다.


8% 이자갚기를 10년 동안하면서 정말로 미친 듯이 살았단다.
아버지 일을 돕다가 전복 소매를 시작했는데, 타지에서 살면서 쌓아놓은 인맥들 위주로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전복양식에도 손을 댔는데, 볼라벤 태풍 당시 출하 3일을 앞두고 모두 날리는 아픔도 있었다고.


이후 천지가전복 천지물산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천지가전복에서는 전복 비수기를 맞아 원가 할인 판매 행사를 하고 있다고. 전복 유통업체로부터 왜 그렇게 싸게 파느냐고 욕도 먹고 있지만, 그 보다는 지금 이 시기가 전복에겐 제일 크고 맛있는데 하필 비수기란다. 비수기라 유통에서도 잘 안 가져가는데 이 시기가 지나면 폐사할 확률이 높다.


특히 코로나 19 영향으로 국내 경기침체와 수출감소, 전복소비 둔화로 전복양식 어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무엇보다 바다에 있는 물량을 빼내는 것이 중요해 전복 소비촉진을 위해 한시적으로 전복 7마리(1kg)는 기존 6만원가에서 5만원에, 8미는 4만3천원, 가정용 12미는 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1킬로 판매할 때마다 5백원씩 적립해 결손가정과 교육청과 연계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의 꿈은 장기적으로 천지가전복을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가는 것. 이렇게 사회적 경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볼라벤 태풍 당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곳 저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이름이 밝힐 수 없는 이들, 택배비를 보내지 못해 통장번호를 달라고해서 줬더니 선뜻 300만원을 보내주는가하면 이곳 저곳에서 5만원 10만원 20만원 씩 보내줬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가장 슬플 때, 가장 기쁨의 순간이 함께 찾아왔다고.
사회적 기업을 하게되면 전복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복체험장을 운영하고 싶다고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먹이도 주고 잡아 보면서 전복과 친숙할 수 있도록 마을학교와 연계하고 싶단다. 유통과 어민의 상생관계는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때 고마움을 잊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박 대표는 "노화읍 잘포리 김성일 형, 바다향기 우형규 형"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 그들에겐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너그러운 인품으로 모두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진 사람들, 매사에 긍정적이고 협력하는 자세와 칭찬에 익숙하고 양보에 인색하지 않는 넉넉함을 가진 사람들. 더 칭찬할 사람이 없냐고 묻자, 공무원을 칭찬해도 되느냐?고 되묻는데 된다하니, 완도군청 우홍창 팀장이 참 고마웠다고. 
그가 고마웠던 건 물질적인 게 아니라 말 한마디로 든든하게 힘들 때면 "경남아! 밥 먹자"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단다.
그래, 보는 건 창이요, 아는 건 창문을 여는 것이며, 되는 건 창을 열었을 때 별이 가득한 밤을 보는 것. 그의 눈은 그 별을 보고 있었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