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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지 邑面誌」발간을 보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3.12 15:36
  • 수정 2021.03.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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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완도와 금일!
 말만 들어도 반갑고 그립다.
 고향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지만, 필자 역시 고향에 대한 사랑의식은 누구보다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향 금일에서 중학교, 완도읍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쳤고, 교수가 되었을 때도 전공이 지역(사회)개발 분야로서 특히 섬지역에 대한 발전과 관련된 연구로 40년을 보내면서 종종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 고향을 위한 노력도 해왔다.
 몇 년 전에 「금일읍지」를 편찬한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 역시 기회만 된다면 최선을 다해 돕고 싶었다. 그동안 완도군지, 신안군지 등, 많은 지지(地誌)류 편찬에 직접 글을 쓰고 때론 집필책임자로 일해 왔다.


 고향 금일에서는 향토지 등이 제대로 없어 아쉽기 짝이 없던 차에 읍지를 발간한다하니 얼마나 반갑던지....
 완도군내 다른 읍·면에서는 속속 읍·면지가 출간되고 있는데 왜 이렇게 금일읍지는 소식이 없을까? 처음 발간을 추진한다는 소식 이후 몇년 동안 무척 궁금하던 차에 얼마 전에 드디어 금일읍지가 출간되었다고 하여 반갑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출간된 금일읍지를 보고 너무나 착잡한 기분이다. 이의 출간을 위해 일선에서 노력했던 추진위원이나 편찬위원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고민스럽다.
 모든 기록은 경우에 따라 오래 남는 것도 있지만 특히나 이런 읍지는 어느 다른 기록물보다 오랜 세월이 경과해도 보존되고 전수될 성질의 것이다. 이번 읍지는 이 지역에 사는 사람과 후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지역 연구자에게나 홍보매체에서 필요시 찾는 첫 번째 기반자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문제를 담고 있다.
 우선 어느 부문을 누가 책임지고 집필했는가가 없고 둘째, 글을 독창적으로 써야 함에도 인용된 글이 너무 많은데 어느 자료에서 인용했는가의 표시가 없다.
 글은 책임이 따르는 바, 글로 인해 일어나는 필화(筆禍)가 얼마나 많던가. 국회의 청문회에서 남의 글을 도용했다가 아니 심지어는 한때 자기 글을 표절했다 해서 아주 높은 고위직이나 장관, 심지어 국무총리 자리까지 오르지 못하고 낙마하지 않았던가? 교수나 전문가들도 남의 글을 함부로 표절하다가 책이 회수되고 경제적, 신분상 어려움 등 수 없이 곤혹을 치루고 있다. 이 부분을 금일읍지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부분은 두고 두고 문제제기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또한 지지(地誌)류에는 사사로운 책이 아니기에 훗날 참고할 수 있는 사료(史料)를 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있는 사료를 찾는 과학적이며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금일읍지는 「사진으로 보는 금일읍」이라는 책 첫머리에 몇 몇 귀한 사진들을 게재되었지만, 뒤의 각 부문에도 이러한 사료들이 찾아보기 힘들다.
 또 하나 실망스러운 것은 무엇보다도 각 부문 - 역사, 인문환경, 산업들에 금일읍과 관계가 없는 일반적이거나 완도군 전체의 내용을 왜 그렇게 많이 넣어야 했는가?  많은 곳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지만 우선 「제1편 역사」편에서 보더라도 구석기시대, 청동기시대, 통일신라시대 등에는 금일에 관련된 내용은 없다. 인구편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부분이 남의 글을 그대로 베껴 있다. 또 더욱 문제인 것은 남이 썼던 책(완도군지 등)이 2008년을 기준으로 분석되어 있는데 이번 금일읍지에서는 그대로 베껴져있다. 왜 2008년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인구 관련 부문 역시 훗날 참으로 중요한 소중한 자료이기에 과학적이며 심도 있는 연구가 요청되는 부문이다. 읍지가 남의 글을 무단으로 베껴 쓰고 단순히 페이지를 많게 하고 두툼한 책이어야 하는가?


 지지(地誌)에는 해당 지역을 이해하고 남겨야 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가 무엇인가 판단하여 필요한 것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찾아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생존해 있는 사람들의 증언이 필요한 사실은 명확하게 찾아서 기록해야 한다. 중요 사건 등이 그것이고 지역에 큰 변화를 주는 요소들을 찾아 기록해야 한다. 읍지나 군지 등의 지지류의 책을 쓸 때는 과학성과 가능한 기록할 만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편집과 항목 그리고 세밀한 내용 기술 방향을 놓고 분명한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읍지나 군지 등은 전문 연구자의 연구자료로서 뿐만 아니라 지역의 초·중등학교의 교재나 참고도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번 금일읍지나 여타 지지들이 그만한 가치와 정밀성을 담고 있는가?


 군지나 읍·면지 등의 문헌은 어느 개인 저서나 어떤 단체의 회지에 비견 할 수 없을 정도의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기에 일부 공적재원이 지원되는 경우도 있고 또 고향을 아끼는 사람들이 기금을 희사하기도 한다. 만약 금일읍지 역시 국가예산이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지원이 있었다면 문제의 소지는 더욱 남게 된다. 게다가 읍지발간을 위해 재원협찬을 한 향우들은 금일읍지가 다른 어느 곳의 읍·면지보다 훌륭한 읍지가 되기를 얼마나 기대했겠는가!
 읍·면지 발간사업은 바쁜 일상속에서 모임을 갖고, 재정을 마련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쓰고, 편집하는....그 여러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고 있다.
꿈에도 잊지 못하는 고향의 읍지발간하기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력한 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우리 지역 내 여러 읍·면에서도 이미 발간을 완료한 곳도 있고 또 계속 새로운 읍·면지 발간을 계획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러한 읍·면지 발간은 개인적인 서적이 아니고 아주 중요한 공적 성격을 가지면서 쉽게 발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보다 신중하고 치밀해야 할 필요가 있어 이 글을 남긴다.
 

신순호 목포대 명예교수,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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