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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도 가는 길

[에세이] 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5.29 14:00
  • 수정 2020.05.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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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달라진 것중의 하나로 버스 시간을 들 수 있다. 그동안 광주에서 땅끝까지 운행되어지던 버스 시간이 대폭 축소된 것은 물론이고 배 시간과 버스 시간이 맞지 않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 시간과 버스 시간은 어쩜 그렇게 잘 비껴가게 만들까? 배차 간격을 배 운항하는 선사나 금호고속 측에서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충분히 잘 맞출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동안 더 한 것도 참아가며 살아왔을 섬 사람들이라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배 운항시간이 많은 노화도에 비해 넙도는 하루 다섯 번이 운항된다. 마지막 배는 땅끝에서 4시 30분이다. 광주 버스터미널에서 넙도가는 직통버스는 하루에 3번 운행된다. 해남까지 가서 다시 땅끝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 타야 한다. 

넙도행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서 해남에서 땅끝으로 가는 완행 버스를 탔다. 마침 해남장이였는지 할머니들 한 무리가 배에 오른다. 손에 손에 무언가를 들고 혹은 배낭을 지고 차에 탄다. 버스 안은 만석이다. 승객은 모두 중년이상의 여자들이고 남학생 한명이 탔을 뿐이다. 버스기사는 천천히 혹은 빠르게 차를 운전했는데 오랫동안 운전했는지 코너를 돌 때나 방지턱이 나올 때면 미리 속도를 줄여 아주 천천히 운전했다. 

버스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나는지 꼭 두동강이 날 것만 같았던 버스, 어찌나 흔들리는지 돌고 돌아서 1시간 9분만에 땅끝버스 타는 곳에 도착했는데 그 시간이 무려 4시 29분 배 출항시간까지 딱 1분을 남겨두었다. 마구 달려서 뱃머리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배를 탔다. 이 배를 타지 못하면 땅끝에서 1박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배를 타고 20분쯤 지났을 때 잘 달리던 배가 갑자기 속도를 줄인다. 사방은 안개다. 배질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안개다. 잠시 후 선장의 방송이다. “짙은 안개로 인하여 땅끝으로 회항합니다.” 승객 중 한명이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한다. “넙도에 아이들 둘만 있는데 어쩜 좋아요.” 한다. 넙도초 선생님인데 완도에 출장 다녀오는 길이라 한다. 땅끝에서 다시 노화도로 가서 넙도로 가는 배를 타자고 이야기하고 같은 일행이 되었다.

땅끝항에서 배표를 바꾸어 노화도행 배에 다시 올랐다. 안개로 인하여 이 배를 마지막으로 결항이라 한다. 안개를 헤치고 노화도에 오니 노화도는 거짓말처럼 맑다. 노화도와 보길도를 잇는 다리를 경계로 다리 너머에는 짙은 안개가 안개다. 섬사랑8호앞 선착장에 넙도를 가려는 방축리 이장님을 만났다. 아들에게 노화도로 와주라하니 넙도쪽은 짙은 안개로 갈 수가 없다고 한다. 방축리 마을 주민들에게 고구마순 주문을 받아 사가지고 왔는데 이렇게 비닐 안에 보관하다가는 버릴 것같아서 차는 이목리에 두고 물건만 대절선에 싣고 가기로한다.

대절선 사장의 전화번호가 배 안에 적혀있어서 전화를 하니 사장님이 달려왔다. 대절선은 작은 고깃배같았다 선장실 안에 운전대 양 옆으로 길게 의자를 놓고 손님들이 앉을 수 있게 된 작은 배다.대절선을 타고 넙도를 향해간다. 드디어 넙도에 가긴 가는구나 하는 생각, 안개 속을 어떻게 갈까하는 생각이 든다. 길고 긴 안개터널을 뚫고 넙도가 보인다. 대절선은 미끄러지듯 넙도항에 정박하여 우리 일행을 뱉어내듯 놓아두고 다시 이목항을 향해 쏜살같이 간다.

이장님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니 바람부는 안개낀 부둣가에서 금새 모두 모습을 감춘다. 이맘때쯤 항상 있다는 안개. 섬 근무는 처음이라는 선생님과 나에게 두렵기도하고 신비롭기도한 경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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