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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은 둥글레꽃이 터지는 감동

[완도의 자생 식물] 137. 둥글레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0.03.22 15:26
  • 수정 2020.03.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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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건너 돌아가리. 최초의 길로 세상이 있기 전에 시린 마음으로 다시는 바라볼 수 없는 눈부신 그 기쁨이야말로 홀로 꽃피우는 영원한 길이 있네. 
다시 탯줄의 사랑으로 돌아 시작에서 멈추리. 하루를 살아가면서 일상의 판단은 물론이고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흔들리는 풀꽃에서 이르리. 그대가 있어 함께 한 시간은 버릴 수 없는 나. 절대 흔들리지 않고 돌아가리. 가르다란 심연에서 꽃피는 결연한 너의 의지 곁으로 돌아가리.

3월 하순의 봄산은 아직 깨어나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나 며칠 사이에 불쑥 솟아나올 봄산의 생명들은 하루가 다르다. 둥굴레는 여린 촉으로 따뜻한 봄날이 다가올수록 불쑥 키를 올린다. 봄비가 촉촉이 적혀주는 것도 이들에 대한 부드러운 마음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봄산에선 둥굴레와 비슷한 친구들이 있다. 

키는 작지만 애기나리는 둥굴레로 착각될 정도로 많이 닮았다. 애기나리는 잎은 윤기가 있고 꽃은 별 모양으로 한 두 송이씩 피어있다. 이들은 군집 생활을 좋아한다. 꽃과 잎으로 둥굴레와 구별하면 된다. 애기나리 외에 비슷한 친구는 윤판나물인데 윤판나물 어린 순은 애기나리와 비슷하지만 자라면서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지고 꽃 색도 노란색으로 구별된다.

둥굴레는 산속이나 숲속에서 잘 자란다. 나뭇잎이 썩어 폭신폭신한 곳에서 몇 그루씩 모여 산다. 꽃은 잎겨드랑이에 흰색으로 긴 대롱으로 아래로 매달려 핀다. 지금은 귀한 야생화로 흔하게 볼 수 없는 꽃으로 되어버렸다. 시골에 어머니들은 웬만하면 아는 야생화이다. 농약에 중독이 된 땅으로 옮겨 심으면 그냥 죽어버린다. 

그래서 요즘 친환경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다. 옛 사람들은 둥글레의 어린순을 나물로 해먹었고 뿌리를 된장이나 고추장 속에 박아 장아찌로 해서 먹기도 했단다. 흔히 둥굴레 뿌리를 살짝 볶아서 차 대용으로 가정에서 둥굴레차로 많이 달여 먹는다. 맛과 향이 은은하여 혈액 순환이 좋아 머리를 맑게 한다고 한다. 봄산에 낮게 깔린 애기나리를 가깝게 보고 멀리 봄산의 연초록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자리에 그냥 앉아 있어도 행복이 저절로 가져다주는 느낌이다.

자연과의 관계는 미리 생각해 둔 것은 아니다. 매일 매 순간의 포착이다. 오늘 나의 구체적인 모습에서 그 해답이 있다. 봄산의 둥굴레 꽃들이 여기저기 터지는 감동은 순수한 마음의 기저에서 시작된다. 이미 바깥세상에서 형성되는 아름다움이란 있을 순 없다. 그때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 홀로 선 기쁨이야말로 진정 내가 주인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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