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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꿈꾸다

[완도 시론] 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8.23 09:52
  • 수정 2019.08.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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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현 / 고금주조장 대표

함석헌 선생이 ‘해방은 도둑같이 뜻밖에 찾아 왔다’고 했다. 우리 민족의 힘으로 이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의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같은 때 새로운 냉전체제가 시작된다. 제국주의로 짓밟힌 작은 나라들이 이젠 미국. 소련의 냉전체제에 휩싸인다. 그토록 바라던 해방이 되었지만, 일제강점기를 접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려는 우리민족에게 황당한 일들이 벌어진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카이로, 포츠담, 얄타에서 전후 처리안들을 논의한다. 한국이 독립국임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만, 우리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이 항복하자 김구 선생은 땅을 치고 통곡한다. 연합국의 일원으로 전승국의 지위를 얻고자 했던 임시정부의 국내 진공작전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무장해제된 채 귀국선에 오른 광복군, 독립운동가들. 그들 앞엔 한반도가 둘로 쪼개져야 하는 냉정한 세계질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운형 선생이 해방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건국준비위원회와 인민위원회가 일본 패망후 공백을 맞는 한반도의 행정과 치안을 담당했으나, 곧 들어온 미국과 소련에게 해체된다. 그들은 우리땅에 점령군으로 들어왔다. 조선의 독립이나 온전한 해방, 조국광복이 아니었다. 한반도 민중을 지배하는 또다른 세력이 나타난 것이다. 해방의 기쁨도 잠깐이었다. 심훈 선생이 그렇게도 목놓아 울었을 독립만세가 그칠 즈음 모스크바3상회의에서 신탁통치를 결의하고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재로 재편된다. 

미국은 친일 친미 반공주의자들을 파트너로 택했다. 미.소의 냉전체제는 한반도에 소용돌이치면서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남쪽에서는 친일파를 다시 부활시키는 세력이 패권을 잡는다. 친일부역자들을 처단하지 못한다. 오히려 다시 일제시대로 되돌아 간 듯 친일부역자들은 독립운동가들을 박해한다. 친일의 아킬레스를 건드리는 사람들은 죽임을 당했다. 김구, 여운형... 미군정과 이승만정권이 오로지 반공이데올로기만으로 민족반역자들을 다시 살려놓는다. ‘반민특위’는 해체되고 해방된 지 70여년이 지났건만 그 역사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극우보수주의자, 토착왜구들이 자유당때 얘기를 하고 있다. 친일파들이 판을 치는 역사가 한없이 흘러왔다. 6.25 남북전쟁은 돌이 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분단은 굳어갔다.

아직도 독립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1945년의 광복이 온전한 해방이 독립이 아닌 것이다. 일제청산은 계속해야 한다. 친일인명사전 편찬,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같은 작업을 꾸준히 해가야 한다. 광복절이면 기뻐 춤추며 즐겨야 하는 데 마음이 무겁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쳇바퀴돌 듯 기시감을 느끼는 친일들의 역겨운 말과 글들을 대하고 있다. 김구 선생이 원하던 나라, 여운형 선생이 그리던 나라, 심훈 선생의 ‘그날이 오면’ 목놓아 부를만한 해방은 다름 아닌 통일조국이다. 통일도 느닷없이 올 것인가? 외세가 아닌 우리 힘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헤쳐가기를 바란다. 

아베 신조가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일본의 군국주의망령이 되살아 나는 어이 없는 현실을 우리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독립운동가들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 어느때 보다 처절하게 그들에게 매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허황된 꿈을 꿀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온전한 독립이요 해방이요 자주국가의 길이다. 우리가 기념하고 있는 광복절은 어떤 날인가? 그때로 돌아가서 곰곰이 새겨 본다. 일본총독부 건물에 일장기가 성조기로 바뀌던 날은 아니었던가? 일제강점기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가 했다고 하는 예언같은 말 “일본은 조선인들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놓았다. 결국 서로를 이간질하며 노예적인 삶을 살 것이다.” 아베 신조의 도발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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