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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가득한 마음

[완도의 자생식물] 88. 각시붗꽃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9.03.15 13:24
  • 수정 2019.03.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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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소리 봄볕에서 온다. 봄볕에서 피는 연보랏빛 마음이 각시붓꽃 피는 그리운 산길이 된다. 맑고 깨끗한 노래는 봄꽃에서 나오고 밝고 청량한 향기는 개울로 흘러간다. 기다리는 임보다 먼저 와 있는 봄.

봄 한가운데에 한참이나 잊을세라 연한 꽃잎에서 들리는 향기에 오늘 살아 있는 것만으로 내가 나를 보고 웃는다. 봄볕이 통과해야 투명한 연보랏빛 마음이 되고 봄 하늘이 오롯이 앉아야만 그리운 꽃이 되는 각시붓꽃이다. 각시붓꽃은 기다린 만큼 꽃이 되고 긴 산길로 오는 간절한 그리움만큼 수줍은 얼굴을 볼 수 있는 꽃이다.

붓꽃이라는 이름을 갖진 꽃은 열두 가지의 붓꽃이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다. 붓꽃은 꽃 피기 직전의 꽃봉오리 상태의 모양이 붓을 닮았다고 하여 붓꽃이라고 한다. 4월 초부터 반 양지에서 각시붓꽃부터 피기 시작한다. 각시처럼 예쁘고 아담한 꽃은 '각시'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성싶다. 각시붓꽃은 대체로 꽃이 먼저 피면서 나중에 잎이 성숙하는데 그 반대인 경우도 드물게 있다.

'금붓꽃'은 4월 중순 이후 각시붓꽃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금붓꽃이 황금 꽃잎을 펼치며 산지의 능선이나 계곡 등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금붓꽃은 적절한 습도가 유지되는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건조한 반그늘을 좋아하는 각시붓꽃과는 자생지가 좀 다르다. 금붓꽃과 비슷하지만 한 꽃대에 두 송이의 꽃이 핀 '노랑붓꽃' 그리고 난쟁이 붓꽃이라는 불리는 '솔붓꽃' 순서로 피어서 5월을 지나 마지막으로 부채붓꽃이 6~7월에 대미를 장식한다. 잎몸이 부채처럼 넓게 벌어져 있다는 뜻에서 부채붓꽃으로 이름이 붙어졌다. 일반 붓꽃은 꽃줄기에 단 두 송이만 피는 데 반해 이 부채붓꽃은 꽃줄기에 여러 송이의 꽃이 핀다.

이제 연록의 냄새가 밀려온다. 산새 소리도 가깝게 들려온다. 아침저녁의 자연의 소리가 다르다. 특히 새소리는 모두가 목청을 올려 새 아침을 연다. 포근한 나뭇잎 산길에서 각시붓꽃을 가만히 보고 있기에 민망스럽게 예쁘게 피어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렇게 또 그립게 하는 것도 봄볕의 마음이 투명하게 여는 연보랏빛 눈빛이 한순간만이라도 그리운 마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봄볕에 투명하게 다가오는 봄 야생화들. 이들에게 다가서게 하는 데에는 마음이다. 아무리 대위명분이 중요하더라도 마음이 없으면 허깨비 만남이다. 아주 가냘프게 핀 꽃잎과 함께 한다면 마음의 동심원을 넓혀가게 된다. 자기밖에 모르는 아주 작은 동심원들은 주위에 아주 작은 풀꽃을 본다면 공감 성향을 넓혀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진짜 사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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