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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

[독자 에세이] 김귀종 독자 / 군외면 달도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1.05 14:36
  • 수정 2019.01.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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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던 잎 낙엽되어 땅위에 뒹굴고 찬서리 내리는 어느 가을날.
한많은 삶을 살아오신 한 여인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온가족과 친척 분들이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모였습니다.
젖먹이적 엄마 잃고 끊이지 않고 찾아 온 슬픈 역사속에서 많은 고통과 시련을 참고 살아온 여인과의 이별을 위함입니다.
의붓엄마 밑에서 모진 고통 다 겪으면서 책가방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견디기 어려운 힘든 일들을 참으면서 살았지만 그것도 모자라 또래들은 한참 멋부리고 살아갈 열아홉 철없던 시절 부모님 성화에 못이겨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 했습니다.
시집이라고 땅 한 평 없는 처지에 앞못보는 시할아버지와 열도 넘는 식구들속에서 날마다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린 두아들을 남겨두고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니 청산과부로 살아갈 여인의 앞날은 그저 암담할뿐이었습니다.
두아들을 바라보며 타고난 운명이라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모진세파를 억척스리 헤쳐나갔습니다.
참으로 여인이 아니고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얄미운 운명의 장난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반년 가까이 입원치료를 받아도 치유할 수 없는 말기암이 여인을 덮었고 여인을 절망속으로 집어넣고 말았습니다.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서 자기처럼 불행한 삶을 살게 하지 않으려 애썼던 여인의 꿈은 무너지고 더 이상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연명치료를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두아들의 애끓는 애원도 소용없이 여인은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말없이 혼자 참고 견디시던 여인이었지만 산소기를 떼내려는 최후의 순간 입을 열었습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저승에서 다시한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여인은 그리도 애지중지 아끼던 두아들의 손을 잡은체 입가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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