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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항구 기능 상실한 완도항

[특별 기고] 이승창 / 자유기고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9.09 18:22
  • 수정 2018.09.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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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 자유기고가

태풍 '솔릭'이 제주도를 지나 서해를 따라 올라오면서 세찬 비바람이 불어 우리 지역 곳곳에 많은 생채기를 남기고 지나갔다. 태풍이 접근할 때 완도항 물양장 앞을 지나면서 바다를 바라보니 항내에 피항해 있는 많은 배들이 심한 너울(swell)때문에 불안한 자세로 기우뚱거리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평소 행정선들이 정박해있던 관공선 부두와 요트 접안시설에는 단 한 적의 배도 보이지 않고 텅 비어있었다.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도록 강가나 바닷가에 부두 따위를 설비한 곳을 항구라 한다. 여객들이 타고 내리거나 화물의 하역·보관 등 수륙 수송의 전환 기능, 즉 터미널 기능이 항구의 중요한 기능이다. 그 때문에 항구에는 선박의 계류 뿐만 아니라 화물의 하역·보관, 여객의 승강, 항구에서 배후지로의 육상 운송 등을 위한 시설이 정비되어 있다. 그 밖에 선박에 물·연료·식량·선박용품 등을 보급하는 운항 지원 기능이 있다. 더불어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선박들이 태풍 등 악천후로 운항을 하지 못할 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피항(避航) 기능'을 갖춰야 한다.

불행하게도 1종항이자 지방관리 무역항인 완도항은 대피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여 태풍이 오면 평소 완도항에 정박하고 있던 많은 배들은 서둘러 인근 강진 마량항이나 신지면 강독리 앞 해상으로 피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는 파도를 막아주는 두 곳의 방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구 안에서도 심한 너울현상이 발생하여 선박들이 서로 부딪쳐 파손 또는 침몰의 우려가 있어 완도항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기상이 악화되어 파도가 높아졌을 때 선박의 안전한 정박이 가능하도록 항내 너울)성 파도를 방지하여 정온을 유지하는 시설물인 파제제(波除堤, Inner break Water)가 없기 때문이다.

완도항을 이용하는 많은 어민들은 오래 전부터 항내 너울성 파도로 인해 어선이 파손되는 크고 작은 피해를 당하고 있어 어선의 접안과 정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주도에서 수협 위판장 사이에 파제제를 설치하여 밀려오는 파도를 피해 어선들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최초의 완도항 개발계획에는 두 곳에 파제제를 설치할 계획이 있었다. 그후 발표된 '완도항 항만시설 설치예정 도면'에는 계획이 변경되어 파제제의 위치가 바뀌고 시설규모도 변경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 9월에 해양수산부장관이 확정 고시[2016-122]한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2016-2020)‘ 중 ’완도항 기본계획 수정계획'에는 2020년까지 외곽시설로 중앙방파제 500m를 시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중앙방파제 시설과 관련한 예산 확보 등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이 시설의 설치는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상당기간 늦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완도항은 지방관리 무역항으로 국가의 위임을 받은 전라남도에서 관리하고 있다. 관할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완도군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관리 주체가 누구냐의 문제는 행정기관 사이에서 다툴 일이고, 항구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하루 빨리 항구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주민들의 어려움을 풀어주고 가려움을 긁어주는 일이야말로 자치단체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본다. 하루 빨리 완도항의 문제가 해결되어 주민들이 안전하게 항구를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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