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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은 둘이 아니다"늘 새로고침하는 풀꽃

[완도의 자생 식물] 58. 비비추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7.15 18:34
  • 수정 2018.07.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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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바람도 있고 하늘도 있다. 느닷없이 소나기에 젖은 꽃잎도 있다. 변화무쌍한 사계절은 나를 먼발치에 두지 않게 한다. 가장 가깝게 두면서 마치 두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계절마다 매듭을 짓게 한다.

내 안에 있는 것들로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맺음이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만들어 낸다. 살아있다는 게 이렇게 내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루에도 산빛은 여러 색이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산빛을 보며 마음의 조율도 거기에 걸맞게 맞춰본다. 하늘과 맞닿은 산의 곡선은 가장 부드럽기 짝이 없다. 그 속에 산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산 능선을 따라 눈빛이 가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7월의 산속에는 비비추, 꽃창포, 큰까치수염, 닭의난초, 나리 등이다. 여름 숲에서 자생하는 꽃들은 장마와 높은 습도에 여간 견뎌내기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주어진 환경에 잘 맞게 산다. 숲속에 비비추는 더욱 활력 있게 핀다. 습도가 높으면 꽃이 더 많이 달린다. 양지바른 곳에서도 가끔 보인다. 그러나 키가 작고 꽃도 작다. 꽃은 한두 송이만 피었지만 귀엽고 앙증스럽다. 자연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한다. 다년생 백합과로서 생명력이 좋아 도심에서도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약효론 지혈이나 이비인후과, 치과 질환을 다스린다. 도심 화단에 심어 있는 비비추를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 산에서 마주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잎들이 무성하고 한 가지에 꽃들도 많이 핀다. 먼 산빛 넘어 연보라색 그리움이 다가오는 듯하다. 만남은 사람만이 아니다.

내 배경이 되어 주고 마음을 아름답게 가꿔준 자연과 만남은 오늘 삶의 주제가 될 때가 많다.

면면히 이어지게 하는 비비추 잎사귀. 이 매개체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더욱 넓게 펼쳐진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다는 것도 또한 하나가 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에서 사는 산부추도 집에서 기른 부추 냄새와 비슷하다. 이것 또한 산과 우리가 하나 되는 기분이다.

산은 가장 깨끗하고 진실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얻은 이익은 이루말 수 없다. 산은 신성하기 때문에 우리와 분리할 순 없는 일이다. 지난날엔 떨어진 감도 없어 산에서 산감을 따다 우려먹었다. 산감이 얼마나 떫었던지 장시간 물에 우려도 떫은 기가 없어지지 않는다. 산은 그렇게 삶을 치열하게 깨닫게 했다. 넓죽한 비비추 잎사귀로 도입과 어어짐 그리고 끝맺음을 했다. 오늘도 노쇠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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