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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정신 문화 (2)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 25]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7.15 18:14
  • 수정 2018.07.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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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차를 다루는 마음가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차 살림을 진심으로 행해야 하며, 내면의 정신이 차속에 묻어 나오도록 몰입하는 것이다.

이는 차를 다루고 행할 때의 아름답고 중정과 절도의 모습이 바른 자세로 일상생활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함을 이른다. 이것이 차를 공부하고, 차를 통해 인격적 수양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차 생활의 궁극 목적은, 기본적으로 건강이며, 활력 있는 생활이고, 아름다운 소통과 조화로움이며, 나아가 지선(至善)의 낙도(樂道)에 도달하기 위함이다. 사람의 생각은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며, 언행의 반복은 습관이 된다. 생각과 느낌을 바르게 말로 나타내며 행동을 정성스럽게 갖는 것은 가장 높은 덕에 이르는 길이다. 좋은 습관의 반복은 품성이 되고, 품성이 쌓이면 덕이 쌓이게 되므로 결국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방편이 되는 것이며, 차 생활은 곧 수련의 대상이자 활용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차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초의 선사의 시에 차의 성정과 차인이 차를 대하는 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짧은 구절이 있다.

 “고래성현구애다 다여군자성무사(古來聖賢俱愛茶  茶如君子性無邪)”

즉, “예로부터 성현들께서는 모두 차를 사랑하셨다. 이는 차가 군자의 성품과 같아서 삿됨이 없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이 글은 차인으로서의 정신과 마음가짐과 차살림의 생활 전반에 대한 지침 같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차를 사랑하는 후학으로서 늘 깊이 새기고 또 새기며 평소의 차 생활에 임해야겠다.

또한, 차인으로서 지극히 정성어린 성찰을 통해 자기의 정신세계를 자연과 합일하고자 하는 정신과 노력이 곧 궁극의 도에 합일한다고 여긴 차인들의 차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서산대사 시 한편을 소개한다.

백운위고구(白雲爲故舊)
흰 구름은 나의 오랜 벗이요,
명월시생애(明月是生涯)
밝은 달은 곧 나의 삶이라네.
만학천봉이(萬壑千峰裏)
만골짜기 천봉우리 속에
봉인즉권다(逢人卽勸茶)
반가운 벗이 오면
더불어 차 한 잔 나눈다네.

첩첩산중에서 오직 푸른 하늘에 유유히 움직이는 흰 구름과 밝은 달을 바라보며 반가운 벗과 차 한 잔 나누는 자연속에 유유자적하게 노니는 수행자이자 자연인으로서의 지극한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시라 할 수 있다.

한편 선(禪)을 통한 구도자의 깊은 선심(禪心)과 차심(茶心)이 차를 가까이 하는 차인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글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맑고 깨끗한 정신세계가 가득 묻어나는 아름답고 숭고함의 지순한 향기마저 느껴지는 글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은선동에 홀로 사는 필자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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