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찻물 이야기 2 불과 물의 조화

[무릉다원, 은선동의 차 문화 산책 -16]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5.13 09:39
  • 수정 2018.05.13 09:4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불은 차에 있어 물과 함께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즉, 좋은 차와 좋은 물이 만나야 하지만, 조화로운 불 조절로 좋은 물을 잘 끓여야만 어렵게 구한 좋은 물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맞는 좋은 차를 잘 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초의선사의 다신전 5장 화후편에, “차를 달이는 요령은 불을 잘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중략) 불이 약하면 물의 성질이 유순해지고, 물이 유순하면 물은 차를 다스려 가라앉히고, 불기운이 강해지면 불의 성질이 사나워지고, 불이 사나워지면 차는 물을 다스려 누르게 된다. 이는 모두 중화가 부족한 것으로 차인으로서 차 달이는 요령이 아니다.”라고 하며 내용중 중략 부분에 불을 다루는 요령을 자세히 다루었는데 이를 문무지후(文武之候)라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엔 숯과 화로보다 전기포트 활용이 널리 보편화되면서 불 문제는 거의 해소되었다. 하지만 종종 기능성 포트로 80~90℃ 까지만 끓이거나 그 온도를 유지하며 마시는 경우가 있다. 참고로 물을 100℃로 끓이는 중요한 이유는 순수를 얻기 위함임을 알아두자. 예로부터 비법(沸法)이라 하여 물이 가장 알맞은 정도에 이르기 까지 끓여지는 비등과정을 이야기한 기록들이 보인다. 육우(중국, 당)의 삼비법이 그것인데, 다경 오지자편에, “처음에 고기의 눈과 같고 미미한 소리가 나면 일비요, 가장자리가 샘물이 솟아 오른 듯 하며 끓는 기포가 연이은 구슬 같으면 이비이며, 파도가 일어나 달리듯 물방울을 흩뿌리면 삼비”라고 하였으니 물 끓이는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초의선사의 다신전 6장 탕변에서 삼대십오소변을, “물 끓이는 것은 크게 3가지로, 작게는 15가지로 분별한다. 첫째 물이 끓는 모양(형변), 물이 끓는 소리(성변), 물이 끓을 때 솟아오르는 증기(기변)를 보고 분별하였고, 모양은 탕관 안에 물이 끓을 때 생기는 물방울을 보고 게눈, 새우눈, 고기눈, 구슬을 연이어 꿴 것처럼 올라오는 모양, 물결이 솟아오르고 북을 치듯 끓을 때로 구분하였다. 소리로는 첫소리, 구르는 소리, 진동하는 소리, 말달리는 소리 후 고요한 소리로 구분하였고, 김이 한 줄기 두 줄기, 서너 줄기 떠오르다가 셀 수 없이 어지러울 정도로 뒤엉켜 오르다가 고요해지고 수증기가 곧게 탕 수면을 꿰뚫고 오르게 되면 순숙”이라 하였다.

이와같이 옛 어른들은 한 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 좋은 물을 길어오고, 좋은 불을 준비하고 다루며, 물이 끓는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물과 불의 조화로움으로 최고의 명차를 마시기 위해 큰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쉽게 차를 마신다. 내 앞에 오기까지의 차를 쉬이 잊는다. 농군의 정성스러운 재배 손길과 정성스러운 제다과정, 오롯한 도예가의 열정을 생각하면서, 좋은 차를 얻고 좋은 물을 얻는데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지극히 정성스럽게 한 잔의 차를 우려내지 않으면 안되리라 생각하지만, 바쁜 일상에 묶여있는 현대인의 안타까운 모습과 쉽고 간결하게 마실 수 있는 다법이 보편화되기를 절실히 바래본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